안타까운 유기동물 안락사... 무분별한 사람의 욕심 탓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11-12
- 조회수
- 1,216
안타까운 유기동물 안락사... 무분별한 사람의 욕심 탓
요즘 들어 강아지공장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매번 무언가 이슈가 되면 활활 타오르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현실에서 이 문제는 아직도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문득 얼마 전 대만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근무하던 여성수의사가 자살한 사건이 떠오른다. 31세라는 젊은 나이인데도 자살을 택하고 말았는데 과거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700마리의 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그녀의 말에 네티즌들은 “아름다운 도살업자다” “아름다운 사형집행인이다”라는 등의 악플로 그녀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물론 악플만이 그녀를 그런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2년간 700마리라면 쉬는 날을 제외해도 하루평균 1마리를 안락사시킨 셈이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700마리 중에는 아무 질병없이 그냥 안락사를 당한 유기동물도 있었을 것이다.
임상수의사로서 살다 보면 정말 싫지만 어쩔수 없이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 누가 봐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정말 안락사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그 반려동물과 보호자를 위해서도 안락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첫경험을 잘 잊지 못하는 것처럼 필자도 15년 전 처음으로 안락사시켰던 반려견이 다시금 생각난다. 소위 디스크라고 말하는 경추추간판탈출증으로 고생하던 반려견이었는데 결국 사지가 마비돼 서지 못하고 대소변도 스스로 못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곁에서 열심히 간병하던 보호자도 결국 힘든 결정을 내렸고 필자 역시 그 결정을 존중해줄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안락사를 진행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다. 만성질병으로 투병 끝에 몸이 거의 녹초가 됐거나 의식이 없는 반려견이라면 그나마 감정부담이 약간은 덜어질 수 있다. 아니다, 사실은 그것도 힘들다. 하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초롱초롱하고 촉촉한 큰 눈망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반려견이라면 어려움은 배가되고도 남는다.
필자가 처음 안락사시켰던 반려견도 눈이 아주 큰 시츄였는데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안락사를 진행하면서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의식하고 나름대로 신경쓰지만 꺼져가는 반려견의 눈빛을 대할 때의 감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대만의 그 의사는 자신이 안락사시킨 700여 마리 유기동물의 눈빛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웠으리라 짐작한다.
사람도 죽고 사는 마당에 그깟 반려동물의 생사 따위가 뭐그리 중요하고 대단한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 죄없이 사람들의 욕심으로 키워졌다가 버려지고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하는 삶은 아무리 동물이라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불필요한 죽음, 유기동물의 안락사율을 줄이려면 반려동물을 기르기 시작할 때 너무 쉽게 선택하거나 중도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너무 뻔하고 진부할 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도 너무나 소중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