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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News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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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스토리:수의종양 전문가가 되기까지] 임윤지 VIP반려동물암센터장


임윤지 원장은 비(非)일본인 최초로 일본수의종양학회 인정의(JVCS certified Veterinary Oncologist) 자격을 획득하고 종양환자 진료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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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VIP 반려동물 암센터에서 암환자들의 진료하고 있는 임윤지라고 합니다. 올해 28년차 수의사이고요, 종양 환자를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한 15년정도 된 것 같습니다.



Q. 종양 분야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은 처음부터 ‘종양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GP(General practitiner)로 동네의 자그마한 동물병원을 운영했죠.


그렇게 치료를 하다 보니까 제가 어려서 만났던 아이들을 점점 암이 걸린 상태로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제가 암에 대한 배움이 짧았다 보니 “괜찮아요, 아직 작으니까 지켜보시죠” 뭐 이런 얘기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아이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종양이 전이되며 사망하는 과정을 같이 지켜보면서 ‘이 환자가 내가 아닌 종양에 대해 좀 더 공부를 많이 하신 다른 선생님들을 만났더라면 마지막에 이런 모습이 아닐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굉장한 자책감, 자괴감과 함께요.


점점 더 많은 환자가 노령으로 인한 질환을 앓게 될 테니 종양에 대해 좀더 공부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기르던 강아지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있었고요.



Q. 여기까지 오시는데 영향을 준 선배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계시죠. 여러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제가 지금 이렇게 종양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GP로 일하며 ‘노령 환자들을 떠나 보내는 게 슬프고 자괴감이 들어요’라고 했을 때 다시 공부를 좀 해보라고 제안해주시며 용기를 심어 주신 한국 선배님도 있고요,


당시 서울시수의사회나 KAHA를 통해 국내에 강의를 오신 일본의 수의사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그 강의를 들으면서 ‘이 선생님을 따라가서 진료를 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한국 선배님들이 그 선생님께 저를 소개해주셔서 일본으로 갈 수 있었죠. 그렇게 갔던 도쿄의 아카사카 동물병원에서 제 인생이 바뀌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펠드만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그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너무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엄청난 대가이시면서도 수의대생들이 뭔가 질문을 하면 질문한 학생들을 응원해주시면서 “이런 걸 지금 네 나이에 궁금해한다니 너는 나 정도 나이가 되면 엄청 훌륭한 수의사가 될 것 같아”라고 하세요.


‘역시 대가는 저렇게 말을 해주는구나, 나도 그렇게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말씀 하나하나가 교과서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몸소 체험한 경험을 전해주시니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Q. 일본에서 인정의가 되는데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한국어로는 ‘전공의’로 번역하면 더 맞을 것 같긴 해요. 아직 일본도 전문의가 국가 제도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종양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코스가 있는 거죠.


힘든 점이 있었다면 수업에 맞춰 일본을 다녀오는 일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것도 저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추억이었지만요.


일본어라는 언어의 장벽 문제도 운이 좋았죠. 제가 언어를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일본어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배웠거든요. 시험칠 때 병명을 한자로 쓰는게 너무 어려웠지만, 이것도 감독관께 말씀드리니 ‘영어로 써도 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일본어 반, 영어 반으로 답안지를 만들었죠.


‘그럼 채점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채점자가 채점을 못하면 그게 더 문제 아니냐’며 따뜻하게 응원해주셨어요. 덕분에 시험도 잘 보고 지금까지도 계속 공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죠. 운이 좋았습니다(웃음).



Q. ‘수의사로 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하나만 꼽아 본다면

사실 매 순간인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이 참 좋아요.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고요. 물론 순간순간 힘들기도 피곤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수의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는 두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데에서 ’더이상 해줄 게 없어요’라는 얘기를 들은, 즉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의 보호자분들을 만났을 때, 그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관리들을 같이 고민하고 결과적으로는 ‘선생님 만나서 편안하게 떠날 수 있었어요. 가는 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들었을 때인 것 같아요.


대개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호자분들의 얼굴은 굉장히 어두워집니다. 암센터라고 하면 뭔가 어두운 분위기일 거라는 상상도 하시고요. 하지만 암센터 분위기가 그렇게 어둡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막 눈물 흘리시고 깊은 슬픔에 빠진 채 상담하시더라도, 점점 치료를 진행해가면서 환자들이 좀더 안정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되거든요.


보호자분들이 밝은 모습으로 오셔서 ‘이번 주도 잘 지냈어요’라고 하는 말씀을 들을 때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Q. “반려동물의 암 환자의 치료는 외발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시더라고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가령 배탈이 나던지 구토가 난다 해도 어린 동물이라면 ‘이 정도 구토면 한 끼 굶어도 돼’, ‘뭐 한 끼 굶더라도 다음부터 괜찮아져’ 이렇게 접근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암환자는 다르죠


보호자에게 말씀드릴 때 7세 미만의 아이들은 ‘롤스로이스 차량’이라고 해요. 아주 튼튼한 차량이잖아요. 사고가 날 순 있지만, 웬만해서는 그냥 아플 일은 잘 없죠. 면역력도 좋고요.


7세가 넘어가면서 ‘세발 자전거’를 탑니다. 차량으로 치면 겉표면이 없어진 셈이죠. 이제는 사고를 제외해도 큰 병을 앓을 수도 있는 시기입니다. 사고에도 더 취약해지고요.


10살 정도가 되면 ‘두발 자전거’라고 얘기해요. 자전거에 엄청 능숙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두발 자전거는 그래도 롤스로이스나 세발 자전거보다는 넘어지기도 쉽고 다칠 수 있는 확률도 좀 더 높아지게 되죠.


여기에 암까지 있으면 ‘외발 자전거’를 타는 상황입니다. 어렸을 때라면 ‘잠깐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긴 하는데 내일 되면 괜찮겠지’라고 여겼을 상황이어도 암환자라면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렇다고 중증 환자의 외발 자전거에 바퀴 수를 늘려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외발 자전거를 안전한 공터에서 타게 할 지, 정말 외줄 위에서 타게 할 지 정도는 도와줄 수 있죠. 이런 비유를 들면서 보호자분들께 설명을 드리고 있어요



Q. 보호자들이 암을 예방하는데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우리가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얼마나 있을까요? 몇몇 감염병을 제외하면 말이죠.


현재로서는 암도 노화에 의한 면역력 저하로 우리 몸에서 청소해줘야 되는 세포들이 살아남아서 만들어지는 병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노화에 의한 질병인 셈이죠. 노화는 막을 방법도 없고 예방할 수도 없어요.


건강한 상태에서 더 좋은 걸 먹는다고, 더 건강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건강을 잘 지켜나가는게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암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에 조기 발견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7세 정도까지야 1~2년마다 한 번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정 질환이 의심되는 품종이라면 좀더 자주 할 수는 있겠지만요.


7세에서 10세까지는 1년에 한 번은 했으면 좋겠고, 10~13세는 6개월에 한 번 정도, 그 이후로는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16세가 넘어가면 거의 매달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게 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거든요.


혈액검사, 요검사, 영상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해서 그 데이터가 쌓인다면 뭔가 변화가 생겼을 때 조기에 확인하기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종양환자를 주로 보시니 환자를 많이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나 힘든 감정들도 쌓일텐데, 이겨내는 방법이 따로 있으신가요?


열심히 투병 생활을 했고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환자들은 ‘최선을 다했다’라는 마음에 떠나보내더라도 사실 그렇게 막 마음에 남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들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제 만난 지 얼마 안 됐거나, 진단조차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급하게 떠나는 환자들이라든지, 보호자분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떠난다든지, 제 스스로가 납득이 안 된 상태에서 환자를 떠나보냈을 때 조금 힘든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환자를 떠나보내는 경험과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더해진다고 해서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Q. 벳스토리 공통 질문입니다. 원장님께서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의 히스토리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무엇일까요?


도전의 연속, 개척자의 길 같은 걸까요? 없는 길을 만들어 왔으니까요. 제가 처음 하는 일을 하다 보니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을 가고 있었다면 좀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 면에서 또 재밌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외롭기도 하고 힘든 순간이 더 많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원장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의사나 수의대생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수의사의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신다면 동물도 사랑하고, 사람은 더 사랑하고, 나 자신은 더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사실 동물만 사랑해서 수의사가 되면 좀 힘들 수 있어요. 동물들이 스스로 진료받으러 올 순 없죠. 보호자분들을 만나서 상담을 해야 하잖아요. 이 아이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면 보호자를 잘 설득해야 하는데, 사람 만나는데 관심도 없고 힘이 든다면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의 길이 좀 많이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같이 고려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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